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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신공양 큰뜻 잊지 않으리” - 법보신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0-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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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공양 큰뜻 잊지 않으리”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1일 오전 기자회견
조계종-지보사-승가대-가족과 협의해 5일장
주요 사찰에 분향소…법구, 조계사 이운 추진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큰 뜻 잊지 않겠습니다.”

4대강 개발 사업을 반대하며 5월 31일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의 뜻을 기리고자 불교계에서 입장을 밝혔다.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는 6월 1일 오전 서울한강선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 상황 설명을 비롯해 추모와 소신공양의 의미, 향후 장례 절차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불교연대는 조계종 총무원과 지보사 대중, 도반과 가족, 중앙승가대 동문회 등과 장례 절차를 협의해 장례는 5일장으로 치르고 49재와 천도재를 봉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문수 스님의 법구는 서울로 이운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이밖에 서울한강선원에 상황실을 개설하고, 조계사를 비롯해 주요 사찰에 분향소를 설치한다.

불교연대에 따르면 경북 군위군 지보사 문수 스님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며 생명을 살리고자 유서를 남긴 채 5월 31일 오후 3시경 낙동강 둑방에서 소신공양했다. 군위 지보사에서 무문관 수행을 하던 스님은 4대강에 대한 문건과 정보를 접하며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는『유마경』의 말씀대로 소신공양을 결행했다.

문수 스님은 유서와 가사에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을 쓴 채 온 몸에 기름을 붓고 소신했다. 스님은 도반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도 적시한 뒤 유서 말미에 자신의 법명을 한자로 ‘文殊’라고 적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군위 경찰서는 현장에서 불에 타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스님의 법구와 불을 붙이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휘발유통, 유서 등을 발견했다. 그리고 스님의 법구는 군위 삼성병원에 옮겨졌으며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는 상임감찰을 현장에 파견했고,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현각 스님 등 불교연대 대표단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소신공양을 결행한 문수 스님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시현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6년 사미계를 1990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1998년에는 중앙승가대 학생회 회장을 역임하고 통도사와 희방사, 해인사를 거쳐 2006년부터 2007년까지 경북 청도 대산사 주지 소임을 맡았고, 군위 지보사에서 수행정진 중이었다.

문수 스님을 가르쳤던 중앙승가대 유승무 교수는 “재학 시절부터 학생회장을 맡아 강직하고 곧으며 선이 굵은 성품이었다”며 “학생회장 때도 어느 상황에서도 대의를 따랐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또 “그러나 내가 다쳤을 때 상처가 아물 때까지 선운사 복분자를 가져다 줄만큼 인간적인 분이셨다”며 “스님 소신공양 소식을 어제 접하고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기자회견에 앞서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과 불교인권위원회 위원장 진관, 불교미래사회연구소장 법안 스님을 비롯해 우리는 선우 성태용 이사장, 대한불교청년회 정웅정 회장 등은 조계사 내 서울한강선원 옆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문수 스님 영정에 국화를 올리며 스님을 추모했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이자 여주 여강선원 선원장 수경 스님은 기자회견 내내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내 쉬었다. 애도문을 발표하기로 했던 수경 스님은 참담한 표정으로 “스스로 4대강 개발로 인한 생명파괴에 절박함을 느껴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문수 스님의 뜻에는 미치지 못했다”라며 말끝을 잊지 못했다. 이어 스님은 “그러나 스님의 소신공양은 생명의 가치를 소중히 다뤄야 할 이 시대의 종교인들과 조계종의 모든 사부대중에게 큰 죽비를 내린 것”이라며 “저에게도 위선 떨지 말고 폼만 잡지 말고 이 문제에 투신하라는 가르침을 주셨다”고 전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입술을 다문 수경 스님은 끝내 애도문을 발표하지 못하고 불교미래사회연구소 소장 법안 스님에게 넘겼다. 법안 스님은 1천만 불자를 대표해 애도문을 낭독했다. 

“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이자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탐욕과 거짓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입니다. 이제 죽어가는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보살의 삶을 서원한 스님의 소신공양을, 우리들의 비원(悲願)을 함께 받으시고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빛을 이 땅에 비추소서.”

기자회견 중 한 불자는 끝내 오열을 터트렸다. 문수 스님 영정을 바라보던 한 불자는 “대통령이 참 너무했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거듭 눈물을 훔쳤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회견에 참석했던 사부대중들은 차례로 문수 스님 영정에 향을 사르고 국화를 올리며 스님을 추모했다.

다음은 애도문 전문.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애도하며

- 哀 悼文 -

지혜와 자비 구족하신 부처님께 엎드려 절하옵니다.

부처님, 풀벌레가 눈을 감고 새들이 떠난 강 위에 우리는 또 다시 섰습니다. 마른 갈대를 좌대 삼아 홀연히 육신을 사른 한 수행자의 입적 앞에 가눌 수 없는 슬픔으로 섰습니다.

소식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고, 한참이나 귀를 의심해야 했습니다. 인적 없는 강변에서 스스로 몸을 사르시다니요,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니요. 대체 무엇이 선원에서 수행에만 전념하던 한 운수납자를, 3년간 무문관을 넘지 않았던 바위처럼 굳센 수행자를 기꺼이 적멸의 길로 가게 한 것입니까?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부처님, 문수스님이 남긴 이 짧고도 간절한 서원이 우리를 한없이 슬프게 합니다. 아무리 당신께서 자신의 행복을 남들의 고통과 기꺼이 바꾸라 가르치셨다지만, 그래도 어찌 이렇듯 황망하게 가실 수 있단 말입니까? 강의 생명들이 스러지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대하는 것만도 괴로운데, 어찌 이렇듯 처연하게 우리 곁을 떠날 수 있단 말입니까?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은 자신의 생명을 던져 온 생명을 구하고자 한 지극히 불교적인 생명살림의 발로입니다. 생명의 강을 무참히 파괴하고 있는 탐욕과 거짓을 꾸짖는 준엄한 질책이자, 그에 맞선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잡아주는 자비롭고도 고요한 항거입니다.

이제 죽어가는 생명의 강을 살리는 일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고단한 이웃의 삶을 보살피고 함께 나아가는 일도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부처님이시여. 보살의 삶을 서원한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을, 우리들의 비원(悲願)을 함께 받으소서. 진정한 생명과 평화의 빛을 이 땅에 비추소서.

2010. 6. 1
4대강 생명살림 불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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