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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다에서 용출한 미륵부처님 (경기 김포 용화사)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0-03-07
첨부파일 첨부파일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조회수 1794

바다에서 용출한 미륵부처님

 

 

 때는 서기1405년 어느 날이었다.

한강 하구인 김포 부근에 배 한척이 돛을 올리고 표표히 올라오고 있었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한강은 운송의 중요통로였다. 특히 수로는 육로가 발달하지 않는 강화도에서 한양으로 올라오는 길로 가장 각광받고 있을 때였다.

“바람에 맞춰 돛을 올려라. 서둘러야 한다.”
강화도에서 세금으로 곡물을 징수 받은 정도명은 뱃전에서 우렁찬 소리로 하명을 했다.
그는 김포에 사는 토호세력으로 조정의 명을 받아 강화에서 거두어들이는 세곡을 마포나루와 이촌동으로 옮기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약조한 시간에 빨리 세곡(稅穀)을 옮겨야 하니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강화도는 예로부터 인삼과 쌀이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오를 만큼 유명했고, 이런 뱃길을 다니려하면 적어도 이 지역 사정을 잘 알고, 물길도 잘 아는 사람이 적격이었다.

정도명이 나라의 부름을 받아 녹봉을 먹는 것도 그가 한강 하구인 김포에서 태어나 잔뼈가 굵으면서 강의 흐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물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내리는 바람에 배의 움직임은 힘이 들었다.

더구나 많은 곡물을 잔뜩 실어서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맞바람을 이겨내기에는 배의 힘이 모자라는 듯 허우적거렸다.

이날따라 유난히 힘들어하는 배의 움직임을 보면서 정도명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배 밑을 누가 잡아당기나?”
“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혼잣말을 되뇌던 정도명은 바람 실은 돛배가 얼른 한강 상류로 올라가길 학수고대하며 동승한 일꾼들을 독려했다.
“자, 뱃길을 동쪽으로 돌려라. 그래야 물길을 잘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거야. 서쪽으로 가면 물길에 얕아 바닥이 걸리고 말 것이야.”

“아니, 나으리께서는 어떻게 그리 잘 아십니까요. 마치 강바닥을 물고기처럼 다닌 사람 같습니다요.”
일군들은 정도명이 하명하는대로 돛배를 돌리자 한발치 두발치씩 쑥쑥 올라가는 배를 보며 신기한 듯 안내자를 칭찬했다.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야. 이 김포나루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물길 일뿐이다.” 그래도 정도명은 기분이 좋았다.
사실이야 어찌됐든 자신이 하는 일에 맞장구를 쳐주며 일이 술술 풀려 나가는 것에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뱃전의 일꾼들은 뱃전에 삼삼오오 서서 뱃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허라. 상사디여. 이 뱃길을 다녀와서 부모봉양 하여볼까. 어허라 상사디여. 이 뱃길을 다녀와서 장성딸년 시집보낼까. 어허라 상사디여. 이 뱃길 다녀와서 산비탈 자갈밭 일궈볼까. 어허라 상사디여. 이 뱃길 다녀와서 시전판 열어볼까. 어허라 상사디여. 이 뱃길 다녀와서 새색시 맞아볼까.” 저마다 흥에 겨워하며 자신의 미래를 노래에 담아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배가 김포나루를 지날 쯤에 날이 거뭇거뭇해졌다.
잔뜩 찌푸린 날씨에 더 이상 진행은 어려울 것 같았다.

“안되겠다. 오늘 항해는 그만 해야겠다. 운양산에 정박해 하루를 쉬고 가야겠다. 하지만 내일 점심나절까지는 마포나루를 거쳐 이촌동까지 가야하니 모두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특히 오늘 저녁에는 술을 마시지 말고 닻을 내리고 배를 묶은 뒤 일찍들 자도록 해라.”
정도명의 명령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대오를 형성한 사공들은 운양산 나룻 터에 닻을 내리고 2중으로 배를 묶었다.
때마침 간조 시기라 물이 서서히 빠져나간 갯벌자국이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물이 들어올 거야. 그때가 되면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는 더 쉬울 것이야.”

피곤한 뱃길을 달려온 정도명은 일찍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혹여 일꾼 한명이라도 딴전을 피우는지 염려됐다.
더구나 나랏일을 수행하고 있는 터라 야경도 돌아야 했다.
사위가 조용해진 삼경이 지나도록 주변을 정찰한 정도명은 그제야 잠자리에 들었다.
“이 보시오. 정도령….”
깜빡 잠이 든 정도명은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갔다.
삼경이 넘어 잠이 든 시각에 자신을 깨우는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진한 안개가 내리고 있는 새벽녘 같은데 무슨 소리가 들려오자 몸이 오싹해졌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나는 당신의 배 밑에 있는 돌부처요. 어서 나를 배 밑에서 건져 올려 주시오.”
정도명이 깜짝 놀라 일어났다.
“아니, 내가 꿈을 꾼 건가? 아니면 부처님을 만난 건가?”
그길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아침을 맞게 됐다.
다시 만조시기가 되면서 배 밑에 물이 차오르자 사공들의 일손이 바빠졌다.
그때 화급한 소리로 한 사공이 소리쳤다.
“저기 저것이 뭐야!”
짧은 외마디 비명처럼 소리치자 뱃노래는 멈춰지고 뱃전으로 모든 시선이 쏠렸다.
아니 저게 뭐지?”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이구동성으로 내뱉는 말이었다.
정도명도 화들짝 놀라 사공들의 시선이 모인 곳을 주시했다.
물이 차오르고 있는 뱃머리 밑에 무언가가 걸린 듯 했다.

“뱃머리를 돌려라. 그리고 그 아래 걸린 것을 끌어 올려라.”
정도명이 하명하자 사공들이 힘을 합해 큰 지지대로 배의 방향을 돌렸다.
이어 수영에 능숙한 사공 몇 명이 한강으로 뛰어들어 커다란 그 무엇을 밧줄에 단단히 걸어 묶었다.
“밧줄을 올려요. 밧줄을 올려요.”

세곡을 실은 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고, 뱃사공들은 계속해서 밧줄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모았다.
“아니, 이것은 돌부처님이 아니야?. 그런데 저 눈부신 빛은 무엇인지?”
갑판 위로 돌부처님을 끌어올린 사공들은 무엇에 홀린 듯 바라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래, 어젯밤 꿈에 나타나 나를 깨웠던 주인공이 바로 이 돌부처님이었어.”
“맞아요. 저도 어젯밤 꿈에 누군가 나타나 배 밑에 있는 나를 꺼내 달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사공 가운데 한 명이 말을 꺼내자
“나도 그런 꿈을 꾸었는데…”라며 이구동성으로 자신도 그런 꿈을 꾸었다고 나섰다.
그러자 정도명이 나섰다.
“나 역시 너희들과 같은 꿈을 꾸었다. 필시 이 돌부처님은 보통 부처님이 아니야. 아마도 우리가 사는 세상을 구제할 미륵님이 분명하다. 모두 이 부처님께 예를 표하도록 하라.”

사공과 정도명은 그 자리에 엎드려 돌부처님께 절을 하고 또 절을 했다.
정도명은 운양산으로 신령스런 돌부처님을 모시고 와서 산 중턱에 절을 세웠다.
“이 미륵님은 세상이 어지러울 때마다 조선의 안위를 지켜줄 것이요.
정도명은 자신이 하던 일도 그만두고 평생 미륵님을 모시는 일에 매진했다.
사찰이 세워지자 많은 민초들은 “미륵님이 우리의 소원을 들어 줄 것”이라며 무리를 지어 용화사를 찾아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또 다른 일설에는 정도명이 한강을 거슬러 오르는 도중에 큰 방광(放光)을 하며 미륵님이 출현해 모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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